소설2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방인 [2002] 1 다시 시계를 들여다봤다. 오후 한시 사십분. 시계를 보다보니 시계 밑에 땀이 차는 게 느껴진다. '이십분 만 더 기다려보자. 중국 놈들은 도대체 시간감각이 없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벌써 사십분이 지났는데…….' 혼자 중얼거리며 짜증을 내보지만 현재로서는 기다리는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놈들은 치밀해서 한번도 자기들 전화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고, 늘 카페 같은 곳에서 전화를 하거나 받곤 했다. 하나 둘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인지 레띠로 고속버스 정류장 주차장에는 여행가방을 들고 내리는 사람들이 이어졌다. '이것만 넘겨주고는 저 사람들처럼 여행 가듯 이 지긋지긋한 곳을 떠버리는 거야.' 별 생각 없이 그들을 넘겨보고 있을 때 누군가 손에 야외용 미니 콤포넌트를 들고 가는 게 보였다. .. 소설 2021. 3. 23. 도피의 끝 [2001-01] 1 말 그대로 찌는 듯한 더위다.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가 바람을 만들어 내고는 있지만 시원하기는커녕 오히려 피부 아래의 땀을 빨아내는 것만 같다. 거리의 사람들은 이 더위에도 뭐가 그리 바쁜지 총총 자기 길들을 오가고 있다. 가슴을 반쯤 내놓고 짧은 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자들도 그다지 시원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흰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은 자신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너머 큰길가에는 'PFA(연방경찰)'라 쓰여진 호송차와 백차가 몇 대 서 있고 방탄조끼를 입고 커다란 소총을 옆구리에 낀 경찰들이 차가 지나갈 때마다 탑승자를 검문하고 있었다. 가끔은 차를 길가로 세우라는 손짓을 하고 차에 탄 사람들을 내리게 해서는 몸수색을 하기도 하는데 뒤편에서는 여차하면.. 소설 2021. 3.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