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5 어머니 [2004-01-26]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단어가 어머니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아는 단어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입니다.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시조를 읽으며 고개만 갸웃대었지만 그 때의 어머니 나이가 되어 때 아닌 허기에 찬밥을 놓고 앉으면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목이 메어 눈물에 밥을 맙니다. 세상의 어느 새끼가 그 어미 오래 살기를 바라지 않을까요만은 불쌍한 어머니 나 때문에 못드시고 나 때문에 속 썩으신 날들 되돌려 드릴 수는 없어도 그 사랑 조금이라도 갚아드릴 때까지 나와 살아주셨으면 하는 기도를 합니다. [로스 안데스 문학 11호 수록] 시 2021. 3. 23. 아버지 [2004-01-12] [ 존경하는 아버지께 ] 벌어진 두 어깨위에 빛나던 무궁화 꽃을 떼어 내릴 때에도 나는 몰랐다. 풀 먹인 하얀 셔츠에 줄 선 바지 마루 끝에 앉아 구두에 침을 발라 광을 낼 때에도 나는 몰랐다. 삿대질과 고함으로 처음 당신을 대적하던 날 홧김에 내려치신 따귀가 하나도 아프지 않아 나는 울었다. 늘 부럽기만 했던 굵은 팔뚝이 이제는 나보다 가늘어 보이는 게 너무 슬퍼 포장마차에서 소주병을 비우고 비척이며 들어선 신림동 단칸방 수척한 모습으로 주무시는 듯 자는 척하는 술 취하신 당신의 모습을 나는 보았다. 당신의 삶과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기도 버거운 자리에서 두 눈이 짓무르도록 속울음을 삼켰을 당신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보았다. 성난 군중을 진정시키려 땅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던 예.. 시 2021. 3. 23. 무제 5 [2004-01] 내 마음이 걸어 닫겨 있단다. 안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말할 때 그 마음이 읽혀져 너무도 미안했다. 처절한 삶에 할퀴운 상처가 많아 흉한 몰골을 보이기 싫다고 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린 추억으로 문을 열면 쏟아지는 찬바람 감당 못할까 싶어 여전한 두려움으로 열지 못한다 했다. 횡설수설 닫힌 나에 대해 변명하지만 나는 알아버렸다. 안에서 닫긴게 아닌 내 마음은 굳은 자물쇠로 밖에서 잠겨있었다. 그 사람. 그 사람이 나를 떠나며 열쇠를 남기지 않았다. 누군가, 그 누군가 부수는 외에는 방법이 없다. [로스 안데스 문학 8호 수록] 시 2021. 3. 23. 저녁풍경 [2004] TV는 아내와 같이 어둠속으로 돌아온 나를 맞고 욕실이나 주방에 나도 모르게 낳아놓은 아이는 없는지 한 번씩 열어본 후에 나는 옷을 벗는다 냉장고에 사는 김치를 꺼내 탁자에 놓으면 김치의 나이만큼 젊은 내가 그 맛만큼 늙어버렸다 한 번도 타올라 본 적 없는 나의 어제, 그제, 그리고 기억도 나지 않는 숫자로 된 지난 날들 그 날들 만큼이나 미지근한 물로 몸을 씻고 감당하기 힘들게 커다란 침대에 올라 왼쪽 끄트머리에 웅크려 눕는다 모두에게 작별을 고한다 유서의 한 줄 한 줄을 암송한다 [로스 안데스 문학 9호 수록] [계간 미래문학 16호 수록] [아르헨티나 코리안 문학 선집 수록] 시 2021. 3. 23. 한 남자 [2004] 한남자가있어그가내가니아비다말한적은없지만나는니애비가아니다말한적도없어그냥아버지인데또다른사람이있어그가나는당신아들이요말한적은없지만나또한넌내아들이라말한적도없고그렇다고아들이아닌것도아니어서그냥아들인데그러면나는누구의아들이며누구의아버지란얘기를나에게도할수없으니누구에게얘기한단말이냐 아들이아니면아버지도아닌데아들이지만아버지가아닌현실에서난아들도아버지이지도못하고아들이면서아버지일방법이없을것도아닐텐데늘아들이아니어서아버지도아니다 [로스 안데스 문학 9호 수록] 시 2021. 3. 23. 고백 3 [2004] 혹자는 나를 시인이라 하며 당신들 틈에 나를 끼워 문형문제 호하는데 그럴때면 난 낯이 간지러워 아주 죽을 맛이다 시를 쓴다해서 꼭 시에 목숨걸 일은 무어냐 목숨이 있으니 시도 있는 건데...... 하지만 길이 동전을 내듯 먼 점선으로 꺼내놓는 시 때문에 그런 칭을 듣는 건 참 곤란하다 한 해를 내내 손발 다 갈라지도록 논밭을 가는 농부와 마당 한 켠 무심히 던진 씨에서 저절로 자란 야채를 따내는 나는 다르다 변기에 앉아 남의 시를 읽다 떠오른 것이 그래도 시인 소리가 좋으면 제발 바지런 좀 떨 일이다 [로스 안데스 문학 9호 수록] 시 2021. 3. 23. 내 영혼이 주를 찬송하며 [2003-12] 작곡 2021. 3. 23. 잡념 2 [2003-10-16] 저들도 봄은 아는지 뒤뜰에 한자리씩 자리하고 앉았다. 그 어느 놈도 내게 허락받은 바 없지만 원래 그 자리가 제 것인 양 편안한 모양으로 줄기와 잎을 내었다. 둘러보니 오호라, 제 각각이다. 어디서 이 많은 종류의 씨들이 고루 날아왔을까 높다란 담장도 이들에겐 별거 아니었나보다. 이름을 알고 싶었지만 하나 하나의 이름을 알 바 없고 다만 이들을 싸잡아 잡초라 부르는 걸 기억했다. 이리 귀엽고 사랑스런 풀과 꽃이 잡초란다 어쩌면 내 잡글도 사랑해주는 이가 있으리란 추측에 갑자기 행복해졌다. [로스 안데스 문학 8호 수록] [아르헨티나 코리안 문학 선집 수록] 시 2021. 3. 23. Meditación Bíblica para cada día (Nov/Dic 2003) [2003-10] Meditación Bíblica Internacional 기도 사진 2021. 3. 23. 성령이 너희게 임하시면 [2003-08] 편곡 2021. 3. 23. 이전 1 2 3 4 5 6 7 ··· 10 다음